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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PPL은 왜 티 나는데도 효과가 있을까?

by moneybrick 2026. 4. 22.

시청자 10명 중 6명이 PPL 때문에 드라마 몰입이 깨진다고 답했습니다. 저도 그 10명 중 한 명입니다. 예전에는 주인공이 쓰는 물건을 자연스럽게 따라 검색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눈살이 찌푸려지는 순간이 생겼습니다. 그 경계가 어디서 생겼는지, 데이터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브랜드 노출이 '광고'가 아닌 '장면'처럼 느껴졌던 시절

PPL(Product Placement)이란 드라마나 예능 같은 콘텐츠 안에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배치해 광고 효과를 내는 간접광고 방식입니다. 시청자가 광고라는 인식을 갖기 전에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국에서 PPL이 공식적으로 합법화된 건 2010년입니다. 당시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은 지상파 기준 전체 방송 시간의 5% 이내, 한 브랜드당 화면 4분의 1을 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처음에는 연간 300억 원 규모로 출발했지만, 2024년 기준 국내 광고산업 총 취급액은 19조 7,885억 원으로 불어났습니다(출처: 코바코).

저도 그 성장의 수혜자였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쓰는 립스틱이나 입고 나오는 아우터가 궁금해서 검색해본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그때는 광고라는 생각보다 "저 배우가 저걸 쓰니까 좋아 보인다"는 감각이 먼저 왔습니다. KBS2 '태양의 후예'에서 송혜교가 사용한 라네즈 립스틱이 싱가포르 매장에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는 건, 제 당시 반응이 특별한 게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브랜디드 임팩트(Branded Impact)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브랜드가 콘텐츠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시청자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효과를 말합니다. 이 효과가 가장 잘 작동했을 때가 바로 그 시절이었습니다. 제품이 화면에 보인다는 사실보다, 그 제품을 둘러싼 감정과 장면이 기억에 남았으니까요.

 

 

 

시청자 피로감, 수치로 확인된 현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습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주인공이 치킨 박스를 앞에 두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며 "역시 이 맛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면, 저는 그 순간 리모컨을 집어 들게 됩니다. 서사가 멈추는 게 느껴지거든요.

이게 저만의 반응이 아니라는 게 수치로 확인됐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성인남녀 1,0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8.9%가 PPL 때문에 시청 몰입에 방해를 받는다고 답했습니다(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거부감을 느끼는 비율은 55%, 그리고 응답자의 68.5%는 "현재 방송의 PPL이 법적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것 같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68.5%에 속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히 "PPL이 많다"는 느낌이 아니라, 법 규정 자체를 어기고 있다고 느끼는 시청자가 과반을 넘는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화장품과 음식 PPL이 유독 티가 많이 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옷이나 자동차는 배우가 입고 타는 것 자체가 장면의 일부가 되는데, 음식은 대사까지 만들어서 칭찬해야 하는 구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순간부터 배우가 아니라 광고 모델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배우라도 그런 장면에서는 거부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시청자 피로감이 높아지는 주요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서사 흐름을 끊는 클로즈업 컷과 억지 대사
  • 같은 브랜드가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빈도
  • 제품 칭찬이 캐릭터의 성격이나 상황과 맞지 않는 맥락 불일치
  • 드라마 한 편에 협찬 브랜드 수가 방송 전후 광고보다 많아지는 구조

 

 

브랜디드 콘텐츠로의 진화, 과연 답이 될까

PPL에 대한 반감이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잘 만든 PPL"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업계가 주목하는 방향이 바로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입니다. 브랜디드 콘텐츠란 브랜드가 광고주 역할에서 벗어나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기획에 참여하여 제품이 서사의 일부로 기능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화면에 넣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가 브랜드 메시지를 담는 형태입니다.

tvN '눈물의 여왕'(2024)에서 벤츠 마이바흐를 포함한 고급 차량 9종이 회차마다 등장하며 캐릭터의 감정 상태와 사회적 지위를 설명하는 소도구로 기능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시청자들이 "차가 연기한다"는 반응을 보인 건, 제품이 장면을 방해하지 않고 장면을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스튜디오드래곤과 롯데웰푸드가 체결한 '글로벌 콘텐츠 공동 사업' MOU도 같은 흐름입니다. 드라마 IP(지식재산권, 즉 드라마 기획 단계의 콘텐츠 소유권) 개발 단계부터 브랜드를 시나리오에 설계하고, 드라마 IP를 활용한 한정판 제품까지 공동 출시하는 구조입니다. PPL이 "광고를 넣는 행위"에서 "함께 만드는 행위"로 바뀌는 모습입니다.

예능에서는 조금 다른 전략이 통합니다. 출연자가 광고라는 사실을 대놓고 인정하면서 유머로 감싸는 방식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솔직히 나쁘지 않습니다. "광고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웃기게 풀어내는 건, 시청자를 속이려 들지 않으니까요. OTT 환경에서는 여기에 더해 다이나믹 PPL(Dynamic PPL)이라는 기술도 시험 단계에 있습니다. 다이나믹 PPL이란 같은 드라마라도 시청자의 시청 패턴과 관심사를 분석해 각자에게 다른 제품을 노출하는 개인화 광고 기술입니다.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 대비 수익률) 측정이 정밀해질수록 이 기술의 도입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저도 PPL의 인지도 효과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수많은 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특정 음식 브랜드는 이제 그 음식을 떠올리면 자동으로 머릿속에 뜨는 수준이 됐습니다. 거부감이 생기면서도 브랜드는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는 이 아이러니가 PPL의 본질적인 힘인 것 같습니다.

PPL이 시청 경험을 망가뜨리지 않으려면, 브랜드가 "어디에 몇 번 나왔는가"를 따지기 전에 "이 장면에서 이 제품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그 질문에 답을 못하는 PPL은 결국 브랜드 신뢰도까지 갉아먹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사랑하는 시청자로서, 그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빨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에 드라마를 볼 때 PPL 장면이 나오면, 저는 이제 "이게 서사의 일부인가 아닌가"를 자연스럽게 따지는 시청자가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mk.co.kr/news/business/5509150
https://www.issue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80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58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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